파나마 게이샤 커피 이야기(2)
세상에 그 많은 게이샤는 다 어디서 왔을까?
분명 파나마에 있는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생산되는 게이샤 커피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. 하나의 농장에서 나오는 게이샤가 전세계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텐데 세상엔 정말 게이샤가 많기도 하다.

그렇다면 그 게이샤 커피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?
1. 에스메랄다에서 다른 농장으로
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가 명성을 얻고 난 뒤 인근 농장에서도 게이샤를 재배하기 시작한다. 정확하게는 에스메랄다 농장에만 이 게이샤 품종이 심어졌던것은 아니다. 파나마 지역의 여러 농장에서 커피 녹병에 강하다는 이 품종을 이미 심었던 것이다. 다만 에스메랄다 농장과는 재배 조건이 다르다보니 그 맛과 성질도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.

암튼 파나마의 유명 농장에선 하나 둘씩 게이샤 품종을 재배하기 이른다. 이중엔 에스메랄다 농장에게서 종자를 기증 받은 곳도 있었고 원래 가지고 있던 농장도 있었다. 파나마 뿐만 아니라 과테말라, 콜롬비아, 코스타리카 등지도 이 게이샤 품종을 받아와 자신들의 농장에 심었다. 그래서 시중에는 세계 각국의 게이샤들을 볼 수 있다.
이렇게 이식된 게이샤 중엔 정말로 에스메랄다 농장이 출처인 것이 있고 어디서 온건지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것도 있다. 워낙 수요가 많고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터라 너도 나도 게이샤를 재배했다. 동일한 원종이라 할지라도 심어 지는 곳의 고도와 기후, 기타 주변 떼루아의 영향으로 그 성질과 맛이 달라 지게 된다. 결국 아종과 변종이 생기게 되었고 어떤 게이샤는 이름만 게이샤로 아주 멀찌감치 가 있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.
파나마 게이샤의 본래 품종명인 T2722라는 넘버가 없다면 그 출처를 의심해 봐야 한다. 과테말라나 콜롬비아에서 판매되는 게이샤는 T2722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.(참고로 레전더리 게이샤는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종자를 넘겨받았다.) 이건 파나마도 똑같이 적용된다. ‘이게 게이샤입니다.’ 하려면 이 T2722란 숫자가 중요하다.
2. 게이샤빌리지
한가지 다른 게이샤의 흐름은 에티오피아에 있다. 본래 게이샤의 원종은 에티오피의 고리게샤 숲에서 온 것인데 이것이 파나마로 가 유명해 졌다. 다시 이 유명해진 게이샤를 에티오피아에 옮겨 심어 생산하는 경우가 있다. 이미 유명한 예가체프 아바야 게이샤 등도 이런 경우다. 기본적으로 맛과 성향이 파나마 게이샤의 그것과 닮아있다. 하지만 좀 다르다.
여기까지는 과테말라나 콜롬비아 사례와 비슷한데 에티오피아에서만 할 수 있는 아주 특이한 작업이 있다.
파나마 게이샤가 명성을 얻자 그 수요가 폭발 했고 2004년에 그 맛을 처음 보고 감동한 Willem Boot는 그 파나마 게이샤의 고향인 에티오피아의 어느 숲으로 떠나게 된다. 게이샤 원종이 처음 발견 되었던 건 1931년 에티오피아의 고리게이샤 숲 에서 였다. 다시 그곳을 찾은 Willem Boot는 숲을 뒤져 게이샤와 유전적인 정보와 성향 맛까지 유사한 몇가지 품종을 찾아낸다. 그중에 파나나 게이샤와 가장 유사한 것을 종자개량을 거쳐 ‘게이샤 1931’로 이름 지었고 또 다른 유사한 품종을 ‘고리게이샤’로 이름 지었다. 그는 동업자들과 함께 에티오피아에서 게이샤 품종을 재배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에 농장을 세웠고 ‘게이샤빌리지’라 이름 지었다.

현재도 이 ‘게이샤빌리지’에선 ‘게이샤 1931’과 ‘고리게이샤’, 그리고 ‘일루바버루 게이샤’ 등을 주로 재배한다.
얼마전에 로스팅해서 같이 누어었던 게이샤는 바로 이 게이샤빌리지 ‘세와지바부’ 지역에서 재배된 게이샤 품종이다. ‘세와 지바부’ 게이샤는 최고의 게이샤는 아닐지라도 그 화려함과 플로럴한 느낌이 게이샤의 향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.
지금도 쇼핑몰을 검색해 보면 게이샤가 아주 싼 가격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. 어찌 보면 짝퉁게이샤라고 색안경쓰고 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그것은 큰 의미 없는 일인것 같다. 게이샤는 진짜도 아니지만 그래도 가짜도 아니라고 말 할 수 있기 때문이다. 파나마의 진짜 게이샤가 원종은 에티오피아에서 온것처럼 원래 출신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것이 자라는 환경 만큼 중요한건 없는 것 같다. 그만큼 게이샤의 역사와 스토리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전해준다.
우리가 마시는 게이샤가 일본의 게이샤가 아니지만 우리가 게이샤라고 부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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